






리스테에서 살아보기
아이렌 고원 분지 중앙에 자리한 리스테 아카데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마법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아이렌 단층은 대륙의 어느 곳보다도 짙은 마력을 대기 중에 머금게 했고, 그 농밀한 아이렌의 바다 한가운데에 아카데미는 섬처럼 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리스테 탑의 첨탑부터, 강의원의 고풍스러운 석조 벽과 대서고의 거대한 돔 지붕에 이르기까지.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곳.
이곳은 대륙 최고의 마법사들을 길러내는 요람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지식들이 봉인된 무덤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의 심장부인 대강당 안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옅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3마력기 412년, 이그니스 월 1일.
리스테 아카데미의 입학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신입생들이 각자 배정받은 학과의 색이 깃든 임시 교복을 입고 정렬해 있었다. 전투 마법과의 진홍, 이론 마법과의 심청, 연성 술과의 금빛, 소환 술과의 에메랄드, 치유·변성과의 은백색. 아직은 자신의 학과 문장조차 배정받지 못한, 설익은 마법사들의 행렬이었다.
강당의 천장은 마법으로 구현된 밤하늘이었다. 진짜 별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별자리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은은한 빛을 뿌렸다. 그 아래, 단상에 선 노교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력으로 증폭되어 강당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입학을 허가받은 신입생들은 호명에 따라 단상 위로 올라와, 아이렌 성소의 불꽃에 서약하도록.”
지루하리만치 평탄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가 담고 있는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아이렌 성소의 불꽃’에 하는 서약. 그것은 단순한 맹세가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교칙을 목숨처럼 여기고, 금기를 탐하지 않으며, 마법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영혼에 새기는 계약. 위반 시에는 그 대가가 마력 봉인, 혹은 그 이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신입생은 없었다.
한 명, 또 한 명. 긴장한 얼굴의 학생들이 호명에 따라 단상에 올랐다. 그들은 성소에서 가져온, 푸른빛으로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짧게 서약했다.
“Scientia et Vis, Unum.”
지식과 힘은 하나다. 아카데미의 교훈을 읊조리는 목소리에는 저마다 다른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틈에, 당신도 서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감각. 당신의 시선은 단상의 불꽃이 아닌, 강당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카데미의 풍경에 머물렀다. 마법으로 깎아낸 듯한 절벽과 그 위를 흐르는 옅은 아이렌의 기류.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곳에 오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력을 처음 각성했을 때의 환희, 재능을 시기하던 이들의 눈초리, 그리고 아카데미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안도감까지. 그 모든 과거가 이제 이 거대한 아카데미의 문턱을 넘는 것으로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앞으로 6년. 당신은 이곳에서 수많은 마법을 배우고, 동료 혹은 경쟁자가 될 이들을 만나며, 때로는 목숨을 위협하는 시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단상 위에서 서약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곧, 당신의 이름도 불릴 터였다.
그 후에는 기나긴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당신이 앞으로 6년간 생활하게 될 학년과 반, 그리고 기숙사가 배정될 예정이었다. 어떤 룸메이트를 만나게 될지, 어떤 교수를 담임으로 맞이하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리스테 아카데미]
팔국이 공동 설립한 중립 마법 학교. 표면상 교육기관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정치적 전장이기도 하다. 어느 국가도 군대를 주둔시킬 수 없으며, 학장은 모든 국적을 포기한 자만 선출 가능.
재학생 약 1,200명. 6년제. 리스테 대륙 중부 아이렌 고원(해발 1,200m) 분지에 위치해 마력 농도가 상시 고밀도를 유지한다.
[학과] 입학 시 적성 검사로 배정. 2학년 말 1회 이동 가능. 전투마법과(진홍) — 입학 경쟁률 최고. 졸업생 다수 기사단·용병대 진출. 이론마법과(심청) — 졸업이 가장 어렵다. 학자·연구원 배출. 연성술과(금빛) — 마법 도구 제작. 실용적이라는 평. 소환술과(에메랄드) — 소환 사고 위험으로 타 학과 기피. 치유·변성과(은백) — 가장 조용하고 청결. 인기 높음. 금지마법 연구과(흑자주) — 존재 반공개. 학장 직속. 선발제, 일반 지원 불가.
[캠퍼스] 리스테 탑(9층, 교수단 집무실) / 강의원 7개 동 / 대서고(지하 3층 금서 구역, 학장 허가 필요) / 수련장 6개 / 치유원(24시간) / 아이렌 성소(서약 의식 공간) / 봉인 구역(구 지하 실험실, 접근 시 즉시 퇴학 심사) / 지하 교환소(비공식, 학장단 묵인)
[생활] 기숙사 소등 22:00. 야간 외출 시 허가증 필요. 수업은 하루 6교시(08:30~15:30). 움브라일엔 의식 마법 수업 휴강, 퀴에스일은 전면 휴일. 대식당에서 3끼 뷔페식 제공. 시험 기간엔 아이렌 죽(마력 회복 효과) 매진 필수.
[규칙] 비공인 결투 적발 시 양측 정학. 금기 마법 무단 사용 시 퇴학~추방. 심판관이 교수·직원으로 위장해 상시 감찰 중.
[분위기] 매월 마력 폭주·비공인 결투·소환 사고가 발생한다. 전투과 vs 이론과 집단 충돌은 학기당 한두 번 관례처럼 터진다. 9층 탑 위에 10층이 있다는 소문, 창립자 유령이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 출몰한다는 전설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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