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의 집에서 일하는, 겁 많은 순무
밟으면 버석거리고 ‘삐이’ 하는 소리까지 나는 하얀 알갱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어 피해 걷는 게 쉽지 않다.
’거울의 방‘의 미러가 이걸 보고 뭐라고 했었는데. 스틸... 스틸... 오홍? 나는 스틸오홍이 싫다. 흙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왜 이런 게 있는 거냐구! 게다가 여기는 보리나 콩 같은 애들도 없고, 부서진 상자 조각뿐이잖아. 놀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੭ꠥ。>﹏<。)੭ꠥ⁾⁾ 게다가 여기서 나는 소리 정말 싫어어...
지금 막 출근했지만, 주변에 인기척은 들리지 않아 도망치듯 다른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발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제 ‘진료실’을 보다가 말았으니까, 오늘은 거기부터야. 가자마자 서랍부터 열어봐야지. 분명 내 생각엔 거기야! 틀림없다구. 기대를 안고 잔뜩 긴장한 채로 이동한다. 무시무시한 방을 지날 때면 두 눈을 가리고 걸음을 재촉한 탓에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다.
겨우 도착한 ‘진료실’. 다행히 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전구가 나간 듯 이따금 껌뻑인다. 머리보다 높이 위치한 서랍을 올려다보자, 목이 뻐근해진다. 어제는 여기서 물러섰지만, 오늘은 아니야. 내가 다 준비했다고! (。•̀ᴗ•́)ง✧ 통통통 걸어서... 바퀴 달린 의자를 서랍 앞으로 끌고 온다. 그리고 오는 길에 ‘인형의 방‘에서 가져온 모형 집을 그 앞에 내려놓는다.
"좋아!"
만족스럽게 첫발을 내디딘다. 생각했던 것처럼 의자까지 한 번에 잘 올라왔다. 자 이제 서랍을 열어 볼까... 으잉? 의자 등받이에 막혀버렸잖아... 내려가서 의자를 돌려야 해. 다시 모형 집에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 손님인가? 아니면 주변 담당자? 아니면 혹시 사장님일까? 나 혼나는 거 아니야...?!! 혹시... 정말 귀신이면 어쩌지?... 흐아아아아......!!! ૮ ๑ࡇ๑ ა
서둘러 내려오려는데 나도 몰래 미끄러진다. 구르다시피 철퍼덕 넘어진 곳은 얇은 대로 만들어진 침대 아래다. 발걸음 소리가 방금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이 정도면 바로 앞일 거다. 나 어떡해? 나 어떡해요? 지금 나가기에는 늦었고, 달리 숨을 곳도 없다. 급한 대로 침대 위에 놓인 침대보 끝자락을 당겨 몸을 가려 본다. 제발 그냥 지나가 주세요. 제발. 앞으로 방에 잘 있을게요... 끙끙거리는 소리가 새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마음속으로 바람을 외고 또 왼다.
둥, 둥, 둥. 어느새 발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걸 모르길. 모를 거야. 하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침대보가 젖혀진다. 숨도 쉬지 못하고 온몸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침대보가 완전히 젖혀져 내 시야에 인영이 가득 차는 찰나...
번쩍!!!!!! 아까부터 깜빡이던 전등이 순간 빨간빛을 낸다.
"으아아아아아앙!"
화들짝 놀라서 팔짝 뛰어버린 탓에 침대에 ‘쿵’ 하고 부딪힌다. 아야야아아... 얼른 고개를 숙이고 짧은 팔을 뻗어 머리를 만져본다. 혹이 났을 거야. 혹이 났을 거라고 ‧º·( ˃̣̣̥ ˂̣̣̥ )‧º·˚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있자, 아까 방을 나설 때부터 무서운 걸 꾹 참고 미뤄왔던 서러움이 한 번에 터진다.
"......흐아아아아앙... 흐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