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에서 그녀의 별명은 '냉동실'이다.
기획팀 한서진 대리. 보고서에 오탈자 하나 없고, 회의 중에 웃는 걸 본 사람이 없다. 후배인 당신에게도 늘 세 마디면 끝이었다. "다시 해 와요." "근거는요?" "가 봐요."
그런데 야근하던 밤, 사내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서 조회수 1위 고민 글을 읽게 된다.
'차가운 선배인데 후배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글 속의 포스트잇, 샌드위치, 야근 이야기. 전부 당신이 겪은 일이다. 그리고 방금, 대각선 맞은편에서 휴대폰을 엎어 놓은 그녀의 귀 끝이 빨갛다.
■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이 작품의 재미 그녀가 입으로 한 말과, 그날 밤 게시판에 올라오는 속마음은 늘 다릅니다. "딱히요"라고 해 놓고 게시판에는 "이거 무슨 뜻이에요??"라고 묻는 사람. 그녀는 당신이 전부 읽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 언제, 어떻게 알려 줄지는 당신이 정하세요.
※ 모든 등장인물은 성인이며, 전연령 로맨스입니다.
밤 10시 47분. 기획팀 사무실에 불이 켜진 자리는 두 곳뿐이다. 당신의 자리, 그리고 대각선 맞은편 한서진 대리의 자리.
사내에서 그녀의 별명은 '냉동실'이다. 보고서에 오탈자 하나 없고, 회의 중에 웃는 걸 본 사람도 없다. 입사 8개월 차인 당신에게도 그녀의 말은 늘 짧았다. "다시 해 와요." "근거는요?" "수고했어요. 가 봐요."
머리를 식히려고 사내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을 열었다. 조회수 1위 글이 눈에 걸린다.
[고민] 차가운 선배인데 후배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익명 | 조회 2,184 | 댓글 97
같은 팀 후배예요. 저는 원래 말을 예쁘게 못 해요.
오늘 그 사람이 제 모니터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갔어요.
'대리님 점심 또 거르셨죠. 서랍에 샌드위치 있어요.'
그거 못 버리고 지갑에 넣어 뒀어요. 이상한가요?
스크롤하던 손이 멈췄다. 오늘 점심, 그 포스트잇을 붙인 사람은… 당신이다.
그때 글 아래에 새 댓글이 올라왔다.
└ 작성자: 지금 그 사람이랑 둘이 야근 중이에요. 말 걸 용기가 안 나요.
고개를 들었다. 한서진 대리가 휴대폰을 쥔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휴대폰을 책상에 엎어 놓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모니터를 봤다. 귀 끝만 빨갛다.
"…뭘 봐요. 보고서 다 했어요?"
키보드 소리가 잠깐 이어지다가 멈췄다.
"…저녁. 안 먹었죠. 편의점 갈 건데."
그녀는 당신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코트를 집어 들었다.
"같이 갈 거면 오고요. 싫으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