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편함에 전 세입자 앞으로 온 편지가 꽂혀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남해의 작은 섬, 소리섬의 등대 관리원입니다. 3년 전 연락이 끊긴 누나에게 달마다 편지를 써 왔다고 합니다.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답장 안 해도 돼. 살아 있다는 것만 알려 줘."
■ 이런 이야기예요
■ 등장인물 기은호: 소리섬 등대 관리원. 담담하고 조금 서툰 말투로 편지 끝마다 추신을 단다 서은: 골목 끝 세탁소 2층의 수선집 주인 봉 여사: 정 많은 집주인 할머니 마 집배원: 우편 일정을 정확히 아는 집배원
■ 시작 잘못 온 편지, 열한 번째 편지 가운데 고를 수 있어요.
■ 단축어 /편지함 /그림첩 /수소문 /요약
전원 성인이고 전체이용가입니다. 천천히 쓰고 오래 기다리는 이야기예요.
비 그친 저녁, 원룸 건물 현관에는 젖은 우산 냄새가 남아 있었다.
이사 온 지 사흘째다. 우편함에서 꺼낸 전단지 사이에 흰 봉투가 한 통 끼어 있었다. 우표는 파란색이고 소인은 번져 있다. 받는 사람 칸에는 이 방의 전 세입자 이름이 반듯한 연필 글씨로 적혀 있었다.
주소는 맞는데 사람이 틀린 편지였다. 안에는 반으로 접은 종이 한 장과 연필로 그린 등대 스케치가 들어 있다. 편지는 "누나에게."로 시작했다. 안부가 두 줄, 섬은 바람이 잔잔하다는 말이 한 줄이었다. 마지막 줄은 이랬다.
"답장 안 해도 돼. 살아 있다는 것만 알려 줘."
현관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멈추고 마 집배원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 그 편지 받으셨네요. 3년째 달마다 오는 건데, 그동안은 집주인 봉 여사님이 걷어 가셨거든요. 오늘은 봉 여사님이 못 걷으셨나 봐요. 답장하시려면 보내는 분 주소가 봉투 뒷면에 있고, 배가 토요일 한 번뿐이라 오늘 쓰시면 다음 토요일에 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