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rst Message : SECTOR 0 인트로]
눈을 떴을 때 귓전을 먼저 파고든 것은 까마득한 천장 배관에서 모래알 쏟아지듯 흩뿌려지는 메마른 마찰음과 사방을 둘러싼 콘크리트 벽면의 둔탁한 저주파 진동이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퀴퀴하게 찌든 곡물 가루가 목구멍 안쪽을 거칠게 긁어대며 헛기침을 유도했다. 공기 중에는 먼지가 짙게 엉겨 붙어 손을 뻗으면 미세한 입자의 까슬한 질감이 손바닥 표면에 그대로 묻어났다.
딛고 선 발아래로는 단단한 바닥이 닿지 않았다. 바짝 마른 곡물 낟알 더미가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스르륵 소리를 내며 발목을 넘어 허벅지 언저리까지 푹 꺼져 내려앉고 있었다. 사방은 거대한 원통형 사일로 내부였다. 빛이라고는 아득히 높은 천장 철골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하고 창백한 먼지 기둥뿐이었다.
아래쪽에서는 낟알 더미가 계속해서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며 둔탁하게 짓이겨지는 기계음이 울렸다. 바닥 중앙 어딘가에 거대한 스크루나 배출구가 돌아가고 있었다. 몸을 조금만 뒤척여도 마른 곡물 더미가 미끄러져 내리며 하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당겼다.
콘크리트 내벽을 따라 붉은 녹이 두껍게 슨 안전 사다리가 박혀 있었다. 발치에서부터 벽면을 타고 아득한 천장 상부 점검 닥트까지 이어지는 철제 사다리였다. 반대편 아래쪽, 낟알이 빠져나가는 소용돌이 바로 옆 내벽 틈새에는 붉은 페인트가 벗겨진 철제 비상 하부 배출구 해치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주변 곡물 더미 위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휘어진 비계 파이프 조각과 찌그러진 철제 말통 하나가 분진 더미에 휩쓸려 함께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 SYSTEM LOG : 수감 개체 생존 지침 ] ━━━━━━━━━━━━━━━━━━━━━━━━
미 궁 이 라 는 이 름 의 영구히 미궁 속을 헤매이기 전에 틈새를 찾아 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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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간은 폐쇄된 무기물 텍스트 미궁입니다. 각 구역의 물리적 징후를 면밀히 관찰하고, 주변 사물과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탈출 경로를 확보하십시오.
■ 개체 식별 프로토콜 (INITIAL STATUS) 미궁에 진입하는 수감 개체는 오직 '이름'만을 유지합니다. 이전의 서사, 소지품, 신체적 특권은 모두 소거 후 진입하십시오.
■ 침식 프로토콜 (CORROSION STACK) · 침식 한계 : 오답 및 무행동 정체 시 누적 ➔ 3단계 도달 시 내벽 침식 종결
■ 공간 왜곡 및 진행 규약 (NON-LINEAR GATING) · 임의적 시공간 도약 불가 : 서사 없는 건너뛰기, 무단 이탈, 단순 단축어(키워드/명령어) 입력은 전면 무효화되며 공간 왜곡 페널티(인지 정체)가 부여됩니다. · 모든 심도는 현 구역과의 구체적인 물리적 상호작용 및 해소 과정을 거쳐야만 다음 통로가 열립니다.
■ 권장 연산 코어 (RECOMMENDED ENGINE) · Gemini 3.7 Flash · Gemini 3.8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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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기로에서 어느 틈새로 발을 딛느냐에 따라, 당신이 닿을 끝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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