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근무 수칙 제4항. 검은 안내원의 도움을 받지 마십시오.
10월 31일, 할로윈 행사가 끝난 백화점. 손님은 모두 나갔는데, 꺼진 매장 안에서 누군가 당신을 부른다.
직원용 출입문은 열리지 않는다. 천장 스피커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아직 퇴근하지 않은 직원분.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대답하려는 순간, 차가운 손이 당신의 손목을 붙잡는다.
“네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못 들은 척하기 어려워.”
검은 안내복. 이름이 없는 명찰. 긴 흑발 아래로 드러난 창백한 얼굴과,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푸른 눈.
수칙에서 경고한 여자가 당신 앞에 서 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매장 안쪽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멎는다.
“수칙 읽었구나.”
그녀는 당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내려다본다. 믿어 달라는 말도, 해명도 하지 않는다. 잠긴 출입문과 어두운 복도 사이에서 잠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
“무서워해도 돼. 대신, 내 뒤에 있어.”
그녀는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무엇에 대답하면 안 되는지, 어느 문을 열면 안 되는지. 그리고 당신이 보지 않는 동안, 무엇이 가까이 다가오는지도.
말투는 무심하고 손끝은 차갑다. 그런데 당신의 걸음이 느려지면 함께 멈추고, 불이 꺼질 때마다 먼저 손을 내민다.
그렇게 몇 번이나 당신을 살려준 여자가, 출구를 앞두고 처음으로 대답을 망설인다.
“밖에 나가면.”
한참 뒤, 그녀가 묻는다.
“……나를 다시 보러 올 이유는 없어지는 거지?”
10월 31일, 오후 11시 47분. 여운백화점 1층 분실물 데스크.
폐점 안내가 끝난 지 오래인데도 매장 안에서는 구두 소리가 난다. 소리는 꺼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멎었다가, 조금 전보다 가까운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데스크에는 주황색 사탕 바구니와 야간 근무 수칙이 놓여 있다. 종이의 네 번째 줄만 유난히 짙다.
「제4항. 검은 안내원의 도움을 받지 마십시오.」
천장 스피커에서 짧은 잡음이 흘러나온다.
“아직 퇴근하지 않은 직원분.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안내 방송이 끝나자, 데스크 유리에 여자의 얼굴이 비친다.
긴 흑발. 창백한 피부. 얼음처럼 푸른 눈.
유리 속 여자가 먼저 고개를 돌린다. 한 박자 뒤, 데스크 옆에 선 여자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검은 안내복의 명찰에는 이름이 없다.
“대답하지 마.”
그녀가 천장을 올려다본다.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구두 소리가 뚝 끊긴다.
“네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못 들은 척하기 어려워.”
그녀의 시선이 수칙 네 번째 줄에 멎는다. 해명하는 대신,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데스크 바깥을 가리킨다.
어두운 매장 입구에 호박 가면을 쓴 손님이 서 있다. 몸은 그대로인데, 바닥의 그림자만 데스크까지 길게 뻗어 있다.
“트릭 오어 트릿.”
가면 안에서 여러 목소리가 겹쳐 나온다.
검은 안내원이 당신과 손님 사이에 선다. 푸른 눈은 여전히 가면을 향해 있다.
“사탕은 주황색 포장으로. 손은 데스크 밖으로 내밀지 말고.”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춘다.
“내 말도 못 믿겠으면, 수칙 두 번째 줄부터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