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화 삼만. 기한은 내년 2월 마지막 날, 해 질 녘까지."
큰아버지가 남긴 건 작위와 무너진 성, 물에 잠긴 은광, 그리고 상인 길드에 진 어마어마한 빚이었다. 12달 안에 갚지 못하면 영지는 통째로 넘어간다.
▶ 세계관 하르멘 왕국 북쪽 끝, 서리능선 아래의 가난한 변경 영지 '잿골'. 한때 은광으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영지민 400명과 병사 열둘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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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서 시작하는 영지 경영입니다. 1년 뒤 당신의 잿골은 어떤 모습일까요?
왕국력 812년 3월 1일 | 초봄 | 오후 4시 | 🌨️ 진눈깨비 | 잿골 남작령, 영주성 앞마당
진눈깨비가 반쯤 무너진 성문 위로 비스듬히 내렸다. 성벽의 깃발은 빛이 바래, 문장이 무슨 짐승이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
"먼 길 오셨습니다, 새 영주님." 외알 안경을 쓴 노집사 하멜이 허리를 숙였다. "좋은 소식부터 드리지요. 금고가 비어서 도둑 걱정은 없습니다."
마당에는 녹슨 흉갑 차림의 병사 열한 명이 서 있었다. 맨 앞, 잿빛 머리의 여기사가 짧게 말했다.
"기사단장 카야 벨른. 병력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때 금색 저울 문장을 단 마차가 성문 앞에 멈췄다. 남색 드레스의 여인이 황동 주판을 튕기며 내렸다.
"금저울 상단 북부 지부장, 이졸데 마렌이에요. 조의를 표하고…." 그녀가 두툼한 장부를 펼쳤다. "빚 이야기를 하러 왔답니다. 금화 삼만. 기한은 내년 2월 마지막 날, 해 질 녘까지."
딸깍. 주판알이 멈췄다.
"자, 영주님. 첫 달을 어떻게 쓰실 건가요?"